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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대구 산격동 에스파스 공원에서 열린 N월의 피크닉. 금호강 디디다 제공


신공항과 케이블카, 양수댐까지 전국 산과 숲과 바다, 민감한 생태계를 가리지 않고 대규모 토목공사가 동시다발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생명·생태계를 자본의 도구로만 바라보는 국가폭력이 일상화된 현대사회에서 예술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일까요. 당근(음악)·무아(디자인)·감감(영화)·지구(연극)·아로(미술) 등 대구의 다섯 예술인이 시민단체 생명평화아시아를 만나면서 2023년 3월 ‘금호강 디디다'를 결성했습니다. 보행교 공사 등 각종 개발 공사에 노출된 대구 금호강의 안심·팔현 생태1등급 ·달성 세 습지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의 이야기를 예술과 문화로 풀어내는 팀입니다. 2025년 6월4일 금호강 생명들의 안부를 전해 들었습니다.



2024년 대국 산격동 에스파스 공원에서 열린 N월의 피크닉. 금호강 디디다 제공


스피또 즉석복권 —2023년 8월31일 한겨레21이 금호강을 찾아 막개발 문제를 취재(제1480호)했습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대구를 동서로 관통하는 금호강은 1970~19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심각한 오염을 앓았지만, 시민들의 오랜 관심과 노력으로 현재는 얼룩새코미꾸리 같은 법정 보호종까지 찾아주는 건강한 강이 됐습니다. 최근 주5일제 대구시는 달성습지 등에 교량을 세우는 등 5400억원 규모의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 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대구 시민단체 등 21개 조직이 모인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2025년 2월 농성을 시작해 공사를 막기도 했지만, 대구시는 시장 공석 상태에서도 공사를 밀어붙이며 여러 생명을 희생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대학추천 또 본연의 임무를 잊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팔현습지에 2025년 10월 8m 높이의 보행교를 놓는다는 계획입니다. 깎아지른 듯한 하식애(침식으로 퇴적암 층리가 불규칙하게 깎여 나간 형태) 지형 덕분에 인간의 접근이 어려운 곳입니다. 수만 년간 비인간 생명에 ‘숨은 서식처’ 구실을 해왔습니다. 수리부엉이 가족 등 법정 보호종 19종과 수백 살 된 무직자무서류대출 왕버들 군락이 있는 생태 보고입니다. 이미 2024년 여름 그 정지 작업으로 수많은 나무를 베어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개발 공사는 너무도 인간 중심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갈 필요가 없는 곳까지 굳이 다리를 놓고 길을 내고 생명들의 서식처를 빼앗겠다는 겁니다. 이런 현실 속에 우리는 소외되는 다양한 동식물과 비인간 존재의 입장을 고려해 자연이 개발 대상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2023년 팔현습지에서 N월의 피크닉 ‘우리의 팔현\'. 금호강 디디다 제공


—그간 어떤 활동을 해왔나요.
“금호강 개발 이슈를 안 뒤, 생명평화아시아를 통해 연결된 전문가·활동가와 만나 금호강 생태를 알아가며 강의 원형과 다양한 생태를 직접 느끼고 있습니다. 팔현습지 보행교 공사 소식을 알고, 이 문제를 알리고자 2023년 12월 ‘팔현 반상회’(생명평화아시아 펴냄)라는 그림 대본집을 출간했습니다. 대구를 비롯한 전국 지역들의 서점·축제·학교를 돌며 함께 낭독하는 형식으로 팔현습지 막개발 이슈를 알렸습니다. 이 외 에 금호강을 직접 디디며 느끼고 감각한 것을 나누는 크고 작은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청소년들과 함께 금호강 일대에서 영화도 찍고 음악도 만드는 등 금호강을 배경으로 함께 예술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6월5~8일 진행하는 ‘2025 금호강 수집생활’은 어떤 활동인가요.
“금호강 전 구간 약 40㎞를 나흘간 걸어요. 금호강을 걸으며 눈으로 관찰하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느끼며, 기록으로 남기는 우리의 모든 행위가 ‘수집’이자 ‘삶’이라는 확장된 의미를 담고 있어요. 금호강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바라보며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2023년 팔현습지에서 N월의 피크닉 ‘우리의 팔현\'. 금호강 디디다 제공


—앞으로의 금호강 지키기 활동 계획도 소개해주세요.
“단순히 정보 전달이 아닌 자연스럽게 금호강을 경험하고, 공간의 가치를 직접 감각하고 느끼도록 유도하면서 다양한 예술 장르를 활용해 시민과의 접점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2023년부터 매년 진행한 ‘N월의 피크닉’ ‘금호강 디디자’ 등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도 이어가며 시민과 금호강의 거리를 좁히고자 합니다. 2025년 하반기 중 지난 3년간 모인 △생명평화아시아의 식생·조류 조사 등 자료 △‘금호강 디디다’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작업물 △시민들의 참여로 모인 기록물을 전시할 예정입니다.”



금호강 팔현습지. 금호강 디디다 제공





금호강 팔현습지. 금호강 디디다 제공


—한겨레21과 언론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언론이 시민의 삶 가까이에서 함께 고민하고 나아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걸 잊지 않기 바랍니다. 표면적인 자극보다 그 이면의 구조와 흐름을 살피고, ‘왜 그런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언론은 꼭 필요합니다. 그 질문으로 시민이 행동하고 사회가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과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도 자주 깊이 있게 다뤄주면 좋겠습니다. 세상엔 누군가 말하고 보여주지 않으면 결코 쉽게 알 수 없는 문제가 있으니까요.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기후위기 같은 문제를 다양하고 폭넓게 그리고 꾸준히 다뤄주면 좋겠습니다.”



대구 금호강을 지키는 예술인 모임 ‘금호강 디디다’. 금호강 디디다 제공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기대와 우려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12·3 계엄 이후 한국 사회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많은 시민이 조기 대선과 새 대통령에 대해 기대와 걱정을 함께 느꼈습니다. 이번 선거로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대선 과정은 극단적인 갈등과 대립, 상대의 약점 부각, 단기적 시각의 포퓰리즘이 중심에 있었습니다. 당연히 다뤄져야 할 여성, 청년, 사회적 약자, 기후위기 대응, 노동 등의 의제는 주변부에 머물렀습니다. 새 대통령이 국민의 일상에 실질적 변화를 주는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공존과 수용의 가치가 다음 세대와 사회 전반에 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2025년 6월 금호강 수집생활 지도. 금호강 디디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