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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했을까. 뿌리나무로 근육통으로 게로 판단하지 망설이고 왠지● 간절한 기대는 실현된다는 ‘피그말리온 효과’● 키프로스 천재 조각가 피그말리온에서 따온 이름● 능력 입증해 보이려는 강박 뜻하는 ‘파에톤 콤플렉스’● 태양 마차 몰다 죽은 ‘파에톤’에서 명칭 착안



프랑스의 화가 장 레옹 제롬(Jean-Léon Gérôme)의 작품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1892).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심리학 용어 중에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Effect)'는 대중에 익숙한 명칭이다. 이는 어떠한 것을 간절히 소망하면 불가능한 일이라도 반드시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심리 효과를 뜻한다. 그래서 '피그말리온 효과'는 사업자대출조건 '자기 충족 예언(Self-Fulfillment Prophecy)'이라고도 한다. 이는 그리스 신화 속 피그말리온이라는 인물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피그말리온은 총 세 명이다. 첫 번째 피그말리온은 현재의 레바논에 있던 고대도시 '티로스(Tyros)'의 왕 벨루스(Belus)의 아들이다. 고대 로 신한은행 햇살론 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대서사시 '아이네이스'에서 피그말리온은 물욕에 눈이 어두워 여동생 디도(Dido)의 남편 시카이우스(Sycaeus)를 살해하고 그의 재산을 가로챘다. 이에 환멸을 느낀 디도는 측근을 데리고 조국을 떠나 방랑 끝에 카르타고를 건설했다.
두 번째 피그말리온은 지중해 동부의 섬나라 키프로스(Kypros)의 왕이다. 지금은 개인회생자격 소실된 기원전 3세기경의 그리스 작가 필로스테파노스(Philostephanos)의 책에 따르면 피그말리온은 상아로 만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조각상과 사랑에 빠져 실제로 정사를 나눴다. 필로스테파노스는 이 이야기를 고대 키프로스인들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 대한 돈독한 신앙심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소개했다. 

조각상과 스마트저축 사랑에 빠진 천재 조각가 피그말리온세 번째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의 천재 조각가인데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개념은 바로 그를 모델로 만들어진 것이다.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저서 '변신 이야기'에 따르면 피그말리온은 평생 독신으로 살기로 결심했다. 실존하는 여자는 결점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신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했고, 1억 한달이자 작품은 완벽했다. 살아 있는 인간으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정교하고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피그말리온은 날마다 아름다운 조각상을 보며 감탄하다가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는 조각상을 연인으로 생각해 날마다 틈만 나면 어루만지며 사랑의 감정을 키워갔다. 때로는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를 주워 선물했고, 예쁜 꽃을 한아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멋진 옷을 입혀주기도 했다. 밤이 되면 피그말리온은 조각상에 팔베개를 해주며 정답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열릴 것 같은 조각상의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고, 살결은 차디찬 상아에 불과했다. 피그말리온은 언제나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했다.
그러던 어느 날 키프로스에서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기념하는 축제가 벌어졌다. 축제 막바지에 사람들은 여신의 신상 앞에 온갖 제물을 바치며 사랑에 관련된 소원을 빌었다. 피그말리온도 정성으로 마련한 제물을 드리고 여신에게 이렇게 간절하게 기도했다. "여신이여, 바라건대 저의 집에 있는 저 상아 조각상을 제 아내가 되게 하소서."
집으로 돌아온 피그말리온은 여느 때처럼 조각상에 다가가 볼에 키스했다. 그런데 차가웠던 살결에서 갑자기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깜짝 놀라 눈을 들어 얼굴을 바라보니 여인의 양 볼이 수줍은 듯 불그스레하게 물들어 있었다. 급기야 여인은 조각상 받침대인 대좌(臺座)에서 내려와 작업실 바닥으로 걸어 나왔다. 피그말리온의 간절한 기도가 아프로디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피그말리온은 여신의 축복 속에 인간이 된 상아 여인을 '갈라테이아(Galateia)'로 이름 짓고 아내로 삼았다.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모티프도 피그말리온키프로스의 천재 조각가 피그말리온 이야기는 영국 작가 버나드 쇼(Bernard Shaw)의 5막 희곡 '피그말리온'(1913)의 모티프가 됐다. 버나드 쇼의 작품은 신화와 모티프만 같을 뿐 등장인물, 배경, 내용은 전혀 다르다. 그래서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는 각각 헨리 히긴스(Henry Higgins)와 일라이자 둘리틀(Eliza Doolittle)이라는 등장인물로 바뀌었다. 작품의 무대도 고대 키프로스에서 현대의 영국 런던으로 옮겨진다.

히긴스는 사람의 말투만으로 출신지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천재 음성학 교수다. 그는 어느 날 런던 시내를 산책하다 우연히 빈민가에서 꽃을 파는 여성 일라이자를 만난다. 그런데 그녀는 입을 열기만 하면 늘 상스러운 말만 쏟아낸다. 히긴스 교수는 그런 일라이자에게 흥미를 느끼고 친구 피커링 대령(Colonel Pickering)에게 6개월 안에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요조숙녀로 키우겠다고 장담하며 그녀를 집으로 데려와 교육을 시작한다.
히긴스 교수의 자신감과는 달리 피커링 대령은 친구의 프로젝트에 대해 아주 회의적이다. 하지만 일라이자는 확신에 찬 히긴스 교수의 밤낮 없는 열정적 지도로 마침내 화려하게 런던 사교계의 꽃으로 부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일라이자는 우연히 히긴스 교수와 피커링 대령의 대화를 엿듣다가 자신이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내기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고 집을 뛰쳐나가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을 모티프로 한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한 장면. Gettyimage



당시 수많은 독자가 히긴스와 일라이자의 비극적 결별에 너무 안타까운 나머지 수정판에서라도 두 사람의 재회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염원을 담아 버나드 쇼에게 일종의 항의가 섞인 편지를 했다. 침묵을 거듭하던 버나드 쇼는 작품이 발표되고 몇 년이 지닌 뒤에 덧붙인 후기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환상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라며 둘의 결합 가능성을 일축해 버렸다. 일라이자는 비록 히긴스에게 약간 끌리는 마음은 있었어도 그를 진정으로 사랑한 건 아니라고 말이다. 그는 신화에서도 "갈라테이아는 결코 피그말리온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을 영화화한 작품이 바로 조지 큐커(George Cukor)가 감독을 맡고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이 주연한 뮤지컬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1964)다. 영화는 버나드 쇼의 작품과는 달리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처리했다. 영화의 스토리는 일라이자가 히긴스 교수의 집을 떠나기까지는 버나드 쇼의 작품과는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일라이자가 떠난 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비로소 히긴스 교수는 그녀의 빈자리를 느낀다. 그는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고 연구실로 가서 녹음기에 테이프를 넣고 틀어본다. 그러자 일라이자의 거칠고 상스러운 발음이 들려온다. 예전에 일라이자에게 발음 연습을 시키면서 담아둔 녹음테이프다. 그 순간 히긴스 교수는 감회에 젖어 눈을 감는다. 그와 동시에 집을 나갔던 일라이자도 그를 잊지 못해 연구실로 돌아왔다가 감격적으로 해후한다.
한편 피그말리온 효과는 심리학을 넘어 교육학에서도 널리 쓰이게 됐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과 교육학자 레노어 제이콥슨(Lenore Jacobson)은 피그말리온 효과를 학교 교실에 적용했다. 그들은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책에서 "교사의 간절한 기대와 믿음은 학생의 자신감과 성적을 올리는 데에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그들은 결국 '교사는 교실 안의 피그말리온'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교사의 기대와 믿음은 학생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워 놀라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적 측면에서의 '피그말리온 효과'는 '로젠탈 효과'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피그말리온'을 상호로 하고 있는 곳은 카페, 케이크 전문점, 광고대행업체, 방송 프로그램 제작업체 등 아주 다양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피그말리온 효과가 심리학과 교육학에 쓰이는 단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그 이름이 상호로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입시학원, 교습소, 영어학원 등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피그말리온'이라는 이름을 가진 학원은 전국 각지에 퍼져 있다.

‘파에톤 콤플렉스'와 '파에톤' 롤러코스터피그말리온 효과처럼 그리스 신화에서 이름을 따온 심리학 용어가 또 있다. 바로 '파에톤 콤플렉스(Phaeton complex)'다. 스스로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어렸을 때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것을 보상받기 위해 과도하게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보이려는 강박증을 뜻한다. 




경주월드의 롤러코스터 ‘파에톤’. 경주월드 홈페이지



파에톤 콤플렉스의 모델이 된 그리스 신화의 파에톤은 티탄 신족의 태양신 헬리오스(Helios)의 아들이다. 헬리오스는 낮에는 태양 마차를 몰아야 했기 때문에 어느 날 밤 쉬는 틈을 이용해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휴가를 즐기다가 강의 요정 클리메네(Klymene)를 만나 사랑에 빠져 하룻밤 풋사랑을 나눈 뒤 훌쩍 떠나버렸다. 그 후 클리메네는 홀몸으로 아들 파에톤(Phaeton)을 낳았다.

파에톤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에게서 태양신 헬리오스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어왔던 터라 친구들에게 그걸 자랑하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신들의 왕 제우스와 이오(Io)의 아들인 에파포스(Ephapos)가 그 말을 듣더니 아무런 증거도 없이 자기 엄마 말만 믿고 얼토당토않은 말을 한다며 그를 비웃었다. 파에톤이 풀이 죽어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하소연하자 클리메네는 하늘의 태양 마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들아, 저기 네 아버지 헬리오스께서 끌고 가시는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 마차에 걸고 맹세하건대, 너는 바로 저 태양신 헬리오스의 아들이 분명하다." 
어머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파에톤은 당장 채비를 갖춰 아버지를 찾아 나서 우여곡절 끝에 그의 궁전에 도착했다. 헬리오스는 파에톤이 찾아와 클리메네의 자식이라고 주장하자 그를 반갑게 맞이하고 아들로 인정했다. 하지만 파에톤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헬리오스에게 자신이 진짜 아들이라면 부탁을 하나 들어달라고 간청했다. 헬리오스는 아들에게 인자하게 미소 지으며 어떤 부탁이든 모두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파에톤은 하루만 태양 마차를 몰게 해달라고 졸랐다. 헬리오스는 몹시 당황하며 태양 마차는 아무나 몰 수 없으니 제발 그것만은 안 된다고 아들을 달랬다. 하지만 아들은 막무가내였다. 
어쩔 수 없이 설득을 포기한 헬리오스는 아들에게 말고삐를 넘겨주며 "내가 지나간 바퀴 자국만 따라가"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파에톤이 고삐를 쥐자 예민한 말들이 몸부림을 쳤다. 놀란 파에톤은 그 순간 고삐를 놓치고 말았다. 태양 마차는 순식간에 높이 솟아올라 올림포스의 하늘 궁전을 살짝 그을리더니 그대로 곤두박질쳐 바닷물을 펄펄 끓게 하고 대지를 시뻘겋게 불태웠다. 결국 신들의 왕 제우스가 개입해 재빨리 파에톤을 향해 번개를 날렸다. 그러자 파에톤은 머리털에 불이 붙은 채 거꾸로 땅바닥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경북 경주의 놀이공원 '경주월드'에 있는 롤러코스터는 이 '파에톤'의 이름을 땄다. '파에톤' 롤러코스터는 시속 90~100㎞의 속도로 달릴 수 있고, 거꾸로 뒤집히는 반전 횟수는 6회, 강하 횟수는 4회다. 롤러코스터가 출발하기 전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출발 멘트를 들으면 더욱더 불안감이 가중된다. "나는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이다! 태양 마차로 나를 증명해 보겠다! 이랴! 이히히힝." 
김원익 문학박사·㈔세계신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