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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날이 풀리면, 사람들은 어김없이 꽃이 있는 곳으로 몰려든다. 마치 꿀을 따러 모여드는 꿀벌처럼 말이다. 도시 외곽의 놀이공원과 관광지, 리조트에는 튤립, 수선화, 유채꽃 등 화려한 봄꽃이 가득하고, SNS에는 앞다투어 꽃 사진이 올라온다. 사람들은 기꺼이 입장료를 내고 줄을 선다. 하지만 그 꽃들은 사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익숙한 품종이다. 꽃시장이나 대형마트 앞에서도 쉽게 마주치는,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꽃들이다.
문제는 이런 익숙한 장면이 국가정원과 수목원같은 공공정원에서도 반복된다는 점이다. 튤립 할것같습니다 이 지나면 백합, 백합이 지나면 장미다. 꽃은 계절을 따라 갈아엎듯 바뀌지만, 그 자리를 지켜온 느티나무 한 그루, 수백 년 된 은행나무 같은 존재는 찾아보기 어렵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나무조차도 어린 묘목으로 대체되고, 대부분의 비용은 몇 주 피었다 지는 초본류 꽃에 집중되는 실정이다. 계절은 바뀌지만, 정원의 풍경은 늘 '처음 같은' 모습만 반복 잔액기준 된다.
이러한 정원은 더 이상 자연이 아니다. 자연이란 이름 아래 꾸며진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자연과는 거리가 멀다. 자연을 관람의 대상이 아니라 '소비되는 콘텐츠'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짧고 화려한 구성은 자연의 본질을 가리고, 관람자는 '찍고 돌아가는' 방식에 익숙해진다. 자연은 본래 느림과 순환의 존재다. 그러나 우 사업자운영자금대출 리는 그것을 인스턴트처럼 빠르게 소비하고 있다.
이쯤 되면 묻게 된다. 우리는 정말 자연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잘 연출된 무대를 '자연'이라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러한 구조는 먹거리 문화와도 닮아 있다. 자극적이고 간편한 인스턴트 식품이 식탁을 장악하자, 사람들은 점차 슬로우 푸드와 자연식의 가치를 되찾기 시작했 10월 스위스 다. 자연을 소비하는 방식에서도 이제는 '슬로우 가드닝'의 철학이 필요하다. 시간을 들여 기다리고, 계절의 흐름을 느끼고, 관계를 맺는 방식 말이다.
자연은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고, 계절을 견디며 자란다. 꽃은 피고, 열매는 떨어지고, 낙엽은 썩어 다시 땅이 된다. 이 느린 시간을 품고 있는 생태 전체가 바로 우리의 '자연 자본'(n 주택금융신용보증서 atural capital)이다. 자연 자본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의 균형, 토양과 물, 공기처럼 생명을 지탱하는 기반이다. 그리고 이 자본은 지역성과 장소성을 품고 있으며, 세월이 흐를수록 깊어지고 웅장해진다.
'수목원·정원법'에서도 수목원 목적을 '생물자원의 수집, 증식, 보존, 관리 및 전시와 자원화'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철마다 반복되는 전시, 비슷비슷한 구성, 지역성 없이 복제된 조경이 대부분이다. 시민 입장에서는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방문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나무시장에 가면 더 다양한 꽃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고, 입장료에 조금만 보태면 화분 하나쯤은 사서 오래도록 키울 수 있다. 같은 꽃이라도 나무시장에서는 지속적인 관계가 시작되지만, 공공정원에서는 일회성 경험으로 끝나기 쉽다. 지자체의 꽃축제도 마찬가지다.
대비되는 사례도 있다. 영국의 첼시 플라워 쇼는 왕립원예학회(RHS)가 주관하는 세계적인 원예 박람회다. 1913년부터 런던 남서부 첼시 지역의 템스강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원예 디자이너와 조경업체들이 참여해 각자의 정원을 전시하고 경쟁한다. 이곳은 판매와 경연이 공존하는 상업적 공간이다. 화려함과 트렌드, 창의성과 실험성이 허용되는 공간이기에 그 특성과 목적은 분명하다.
하지만 도시의 공공정원은 달라야 한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간이라면 시민이 자연을 정직하게 소비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즉, 공공정원은 '경쟁'이 아닌 '공존'의 공간, '전시'가 아닌 '관계'의 공간이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자연과 마주하며 계절을 느끼고, 일상 속에서 생명과 생태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굳이 나무시장에서 파는 꽃과 똑같은 품종을 공공정원에서도 전시해야 할까? 시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진짜 자연'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숲, 살아 있는 습지 생태계, 수백 년을 견뎌낸 나무 한 그루, 이런 것들이야말로 공공이 품어야 할 자연 자산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자연 자본은 단지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의 정체성이며, 다음 세대에 물려줄 삶의 기반이다. 서울 윤중로의 벚꽃길은 단지 봄의 풍경이 아니라 수십 년을 그 자리에 서 있던 벚나무들이 만들어낸 시간의 결실이다. 제주의 비자림도 마찬가지다. 수백 년을 살아온 비자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수령 800년이 넘은 '새천년 비자나무'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단타성 상품이 아닌, 시간과의 관계를 전하는 존재다. 그러한 진정성이 사람을 부르고 감동을 남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알아보고, 그 미(美)에 이끌려 온다.
우리가 도시의 공공정원에서 해야 할 일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리조트나 놀이공원에서 가져온 콘텐츠를 복붙일 것이 아니라, 한 자리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낸 나무 한 그루라도 그 서사를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예산으로 누구든지 만들 수 있는 '공장형 자연'이 아니라 계절의 흐름을 따라 자라는 식물들, 토종 식물군락, 지역 생태계와 생명의 이야기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한 도시의 품격이자,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 자산이다.
꽃을 심는 계절이다. 이제는 그 꽃 너머의 시간을 심고, 그 시간의 무게를 보여줄 때다. 소비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갈 자연 자본을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는가. 자연 자본은 도시의 격이고, 한 사회의 품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