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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정문 ‘샤’ 조형물 모습(왼쪽)과 학생회관 식당 노동자가 일터로 들어가는 지하 출입구 모습(오른쪽).


ⓒ 김예진




서울대학교 정문 '샤' 조형물을 지나 빠른 걸음으로 15분을 걸어 도착한 학생회관 지하. 영화 <기생충> 속 지하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어두컴컴하고 축축하다.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지하주차장이라 착각할 만한 이곳. 지난 11일 만난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식당 노동자 김영희(가명, 52)씨가 일하는 주방과 휴게실이 있는 장소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숨이 턱 막힌다. 후끈한 열기와 답답한 공기가 그대로 피부에 와닿는다. 다시 바깥으로 나오자 상쾌한 공기가 몸을 감싼다. 그 차이는 극명했다. 공기의 질이 보금자리론 대출 왜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 순간이다. 조리 공간은 그보다 더 깊숙한 지하에 있다. 그곳으로 가는 길목 왼편, 커다란 환풍구 앞에서 김씨가 걸음을 멈춘다.
"조심하세요. 뜨거운 바람 확 나와요."
오전 6시 40분, 더위를 느끼기에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환풍구 앞을 지나는 순간 훅 쏟아지는 열기가 느껴진다. 김씨는 울산신용보증재단 "여기 지나다닐 때마다 너무 덥다"며 익숙한 듯 몸을 비켰다.
잠시 뒤 김씨는 환복을 위해 조리 공간 바로 옆 여자 휴게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환기가 되지 않는 폐쇄된 공간 특유의 냄새가 났다. 작은 에어컨 한 대와 선풍기 두 대가 설치돼있다.
벽면 위쪽엔 손바닥 두 개 정도 크기의 환풍기 하나가 돌아가고 있지만, 자동차 유지비 계산기 이미 눅눅해진 공기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천장에는 대형 환풍기 통로가 있지만, 김씨는 "작동법을 들은 적도, 실제 작동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 휴게실은 24명이 사용하는 공간이다. 약 5평 남짓한 공간엔 성인 여자 3~4명만 들어서도 꽉 차보였다. 김씨는 "24명이 동시에 쉬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너무 좁다. nh저축은행 여긴 탈의실과 휴게실의 중간쯤 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  약 5평 남짓한 이 휴게실에서 24명이 옷을 갈아입고 휴식을 취한다. 한 번에 동시에 들어가는 인원은 보통 8명 정도다.


ⓒ 김예진




"이 일을 22년째"... 세월의 흔적은 온몸에 남았다

오전 7시 30분,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됐다. 김씨는 머리두건을 쓰고,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은 뒤, 은색의 두꺼운 앞치마를 두르고 식판과 부추, 두부를 쉴 새 없이 옮겼다. 8시 아침식사 시간까지 그는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바삐 움직였다. 주방에는 에어컨 3대와 선풍기 4대가 설치돼 있었지만, 내부의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나물 반찬 하려면, 나물을 데쳐야 하잖아요. 100kg 가까이 되는 나물을 끓는 물에 넣었다가 건져낼 땐 열기가 장난이 아니에요."

학생회관 식당에는 총 30명의 노동자(여성 24명, 남성 6명)가 근무한다. 이들은 아침 600명, 점심은 2500~3000명, 저녁 1500명 분의 식사를 준비한다. 이 많은 인원을 감당하기엔 항상 인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  김씨가 조리공간으로 들어서고 있다.


ⓒ 김예진




"늘 인력은 부족해요. 식수가 이렇게 많잖아요. 혹여나 한두 명이 아파서 일을 못 나오거나 그럴 때 빈자리를 채워주는 게 아니라, 남은 사람들이 그 일을 다 해야 해요. 그러면 일 강도는 확 올라가죠."

김씨는 이 일을 22년째 해오고 있다. 그 세월의 흔적은 몸 곳곳에 남았다. 김씨는 계단을 내려갈 때 몸을 한쪽으로 기울이며 무릎을 비스듬히 내렸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그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양쪽 무릎 다 연골이 파열돼서 두 번씩 수술했어요. 그래서 계단 내려갈 때 옆으로 내려가야 해요. 지금은 어깨가 너무 아파서 침 맞고 물리치료 받고 있고요."
6월이 왔다, "우리도 그렇게 되는 거 아니야?"
다시 6월이다. 4년 전, 6월 서울대 기숙사(관악학생생활관)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 이씨가 휴게실에서 사망했다. 그 후 일부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개선됐지만, 식당 노동자 휴게실 환경은 그대로라고 했다.
윤단영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학생대표는 1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2021년 6월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 일부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개선이 됐다"면서도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휴게실 설치 관리 기준'에 따라 모든 면에서 규정을 충족하는 휴게실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윤 학생대표는 학생회관 식당 노동자 휴게실에 대해서도 "대학본부와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에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진전이 미미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은 지난 3월 학내 언론을 통해 "2021년부터 학생 식당 휴게 공간과 샤워 시설 등을 개선했지만, 학생회관처럼 노후한 건물에서는 한계가 있다"며 "학생회관이 리모델링되면 넉넉한 휴게 공간을 확보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씨는 "주방 쪽은 그 사건 이후에도 변한 건 없다. 이 휴게실이 생긴 지 20년 넘었는데,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에어컨 하나 달린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 사건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너무 놀랐죠.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로서 안타까웠고... 그런데 솔직히 '우리도 그렇게 되는 거 아니야?'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지쳤던 몸 눕힐 수 있는 시간이지만... 눕기 어려운 휴게실"
오후 2시 30분, 김씨의 휴식 시간. 머리두건 밑으로 땀이 송글송글 맺힌 그의 얼굴에 피로가 역력했다. 그는 동료 8명과 함께 약 5평 남짓한 좁은 휴게실로 들어섰다.

"하우 다리 아파. 어휴 진짜 다리 아파."










▲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을 추모하며 학생회관에 마련된 합동 추모 공간에 메시지가 붙어 있었다. 메모 작성 및 부착 시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 김예진




김씨는 바닥에 손을 짚고 다리를 쭉 뻗으며 연신 외쳤다. 한 노동자는 말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파스를 꺼내 붙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들 몸의 고단함을 털어내려 애쓰고 있었다. 김씨는 이 공간이 결코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했다.

"인원 대비 공간이 너무 작아요. 일이 힘든 대신 쉴 때만큼은 편안했으면 좋겠는데... 올해 2월까지만 해도 20명이 넘는 인원이 다닥다닥 붙어서 쉬었어요. 그런데 올 2월부터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에서 관심을 가져주면서, 한 타임에 쉬는 인원을 8명으로 줄인 거예요. 그런데도 당연히 좁죠."
변화는 있었지만, 여전히 열악했다. 5평 남짓한 휴게실은 사물함과 옷걸이로 빼곡했고, 8명이 동시에 누울 수 있는 여유는 없었다. 이날도 한 명만이 바닥에 몸을 뉘였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리를 뻗고 겨우 앉아 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쉬는 시간은 30분. '그 30분이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김씨는 잠시 웃었다.
"지쳤던 몸을 눕힐 수 있는 시간이죠."
하지만 실상은 몸을 제대로 눕힐 수도 없는 공간. 그의 짧은 웃음 끝에는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그래요. 누가 한 명 쓰러져야 뭐라도 바뀌는 거라고. 농담이지만... 다들 지쳐 있는 거죠."
잠시 숨을 돌리던 김씨는 전날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점심 배식이 끝난 후였다. 청소 담당자가 식사를 마치고 앉아 있던 여성에게 '이제 청소해야 하니 테라스로 이동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상대가 '왜 지X이야'라며 욕설을 퍼붓고 떠났다는 것이다. 김씨는 말끝을 흐리며 작게 덧붙였다.
"우리가 뭐 욕받이도 아니고... 참 황당하고 씁쓸하죠."
이날 오후 4시 30분, 김씨는 퇴근길에 학생회관 식당 의견 개진란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곳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배식받을 때 안쪽이 뜨겁던데 요리하시는 선생님들 너무 더우실까봐 걱정돼요!"

그 짧은 한 줄이, 하루 내내 쌓였던 김씨의 무거운 숨을 잠시 덜어주는 위안이 됐다.










▲  학생식당 의견 개진란에는 "배식받을 때 안쪽이 뜨겁던데 요리하시는 선생님들 너무 더우실까봐 걱정돼요!"라는 글이 적혀 있다.


ⓒ 김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