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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드라그룹이 호주 시드니에서 2시간 떨어진 소도시 보마데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제분공장 모습.<사진=마 저축은행 정기예금 닐드라그룹 웹사이트 캡처>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도인 시드니에서 남서쪽으로 2시간을 달리면 도착하는 소도시 보마데리. 멀리서도 바로 눈에 띌 정도로 규모가 큰 제조공장이 나타났다. 철골 구조물과 파이프, 가스탱크, 굴뚝 등이 오밀조밀하게 얽혀 있는 모습이 마치 석유화학 혹은 정 공무원대출 유공장 같은 느낌이다. 이 곳은 세계적인 밀 수출 국가인 호주에서 자국산 밀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제분업체 마닐드라그룹이다.

제분업체는 말그대로 밀가루를 만드는 곳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쌀밥이 주식이듯이 서구인들에게는 밀가루로 만든 빵이 주식이다보니 제분의 역사는 아주 오래다. 마닐드라그룹도 설립된 지 73년 된 전통 식 현금 품제조업체로 분류된다. 직원 수도 1500명에 달한다. 그런데 호주에서는 이 회사가 대표적인 애그테크(Agtech) 기업의 한 곳으로 꼽힌다.


밀 제분공장이지만 다양한 첨단소재 제조





ok캐쉬백딕 호난 마닐드라그룹 회장이 회사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재 86세임에도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1952년 마닐드라그룹이 설립될 때부터 부친을 도와 일을 시작했다.



공장과 함께 있는 본사 사무실로 들어서자 뜻밖에도 오너 회장이 직접 손님을 맞았다. 청년 감사카드 시절 부친을 도와 마닐드라그룹을 설립한 딕 호난 회장이었다. 86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일을 하는 그는 이 날도 회사 임원에게 보고를 받는 중이었다. 호난 회장이 자리를 함께 한 가운데 테르티우스 요네스 공장장이 마닐드라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의 샘플을 들고 나와 회사의 사업 내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호주 농민들이 재배한 밀이 우리 사업의 시작입니다. 이 밀을 깨끗하게 씻고 건조한 뒤 제분하면 밀가루가 되죠. 이 밀가루를 그대로 포장해서 판매하거나 제빵용 믹스로 만들어 팔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이 밀가루를 물과 섞으면 죽처럼 만들어지는데요. 여기에서 전분을 빼내면 글루텐이 됩니다. 이 활성 밀 글루텐은 단백질 함량이 75~85%에 달합니다. 이 글루텐은 빵을 만들 때 첨가하거나 아니면 운동을 할 때 먹는 단백질 쉐이크 원료가 됩니다. 반려동물 사료나 심지어는 샴푸와 같은 소비재 생산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테르티우스 요네스 공장장이 밀을 이용해 에탄올을 만들 때 나온 부산물을 들고 회사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밀 반죽에서 빼낸 전분도 사용처가 많습니다. 전분은 품질이 좋은 A급과 그보다 못한 B급으로 나뉘는데요. A급은 빵이나 면처럼 주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각종 식품 원재료로 공급됩니다. 골판지 같은 종이의 원료로도 쓰이죠. B급은 발효를 통해 에탄올 주정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합니다. 이 에탄올 또한 용도가 다양합니다. 술의 원료는 물론이고 의약품 원료, 심지어는 항공기나 자동차 연료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마닐드라그룹이 제분공장에서 밀을 이용해 만든 다양한 소재 샘플들.



전분은 또한 포도당 제조공장으로 보내집니다. 전분으로 만든 포도당은 맥주공장 같은 곳에서 설탕 대체품으로 사용하죠. 이 포도당을 이용해 시럽도 만듭니다. 시럽은 아이스크림과 밀크쉐이크 같은 달달한 식품에 들어가죠. 그리고 에탄올 제조 과정에서 부산물로 남는 곡물 찌꺼기 즉 증류박은 단백질 함량이 25% 정도 되기 때문에 가축 사료로 재탄생합니다. 발효를 통해 에탄올 주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버리지 않고 모아서 탄산음료나 드라이 아이스, 소화기 등을 만들 때 사용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밀을 활용해 회사의 모토인 ‘농장에서 식탁까지’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폐기물 ‘제로’ 실천하는 친환경 애그테크기업





마닐드라그룹 제분공장 옆에 있는 본사 사무실 모습.



요네스 공장장의 설명을 듣고 나니 마닐드라가 애그테크 기업으로 분류되는 이유가 충분히 확인됐다. 호주의 대표적인 농산물인 밀을 활용해 다양한 소재로 전환시킴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는 첨단 농업회사인 셈이다. 그의 설명에서 그대로 드러나듯이 마닐드라는 밀이라는 원재료부터 각종 원료 소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밖으로 버려지는 폐기물이 전혀 없이 모든 것을 활용해 제품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른바 ‘제로-웨이스트(zero-waste, 폐기물 제로)’가 마닐드라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였다.




딕 호난 마닐드라그룹 회장이 공장 직원의 보고를 받고 있다.



마닐드라가 내세우는 제로-웨이스트 중 압권은 사실 물이다.

마닐드라가 이 곳 제분공장 한 곳에서 사용하는 밀은 연간 120만t, 하루 약 3500t에 달한다. 다른 곳에 있는 제분공장 3곳까지 합치면 연간 사용하는 밀의 양이 무려 220만t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한 해 식용 밀 수입량이 270만t 정도이니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이 곳에서 하루에 사용하는 밀의 양이 대형 25t 카고트럭 140대 분량이다보니 공장에서 보관했다가 사용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매일 오후 3시만 되면 꼬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화물열차가 공장으로 밀을 실어나르는 이유다. 이 화물열차가 도로를 횡단해 공장으로 들어갈 때는 한참 동안 자동차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요네스 공장장은 “그럼에도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이 커서 인지 시민들이 불평을 하지는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공장서 사용하는 하루 1만t 물도 100% 재활용





마닐드라그룹이 제분공장 옆에서 운영하고 있는 폐수정화처리시설 현장 모습.



문제는 막대한 양의 밀을 가공하다보니 이 공장에서만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이 무려 1만t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마닐드라는 이 물을 단 1t도 공장밖 폐수로 흘려보내지 않고 재활용한다. 이런 재활용이 가능한 이유는 공장 한 켠에 대규모로 자리잡고 있는 첨단 폐수처리 시설 덕분이다. 이 시설을 통해 하루 1만t의 공장 폐수가 완벽하게 재생된다.

폐수의 재활용을 위해 마닐드라는 최첨단의 폐수 정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일단 공장 밖으로 흘러나오는 폐수는 저수지처럼 생긴 대규모 야외 집수조로 모인다. 여기서는 박테리아를 활용한 혐기성 소화 과정을 통해 유기물을 분해한다. 이어 염기성 정화, 초미세막 여과, 역삼투압 방식의 정화 과정 등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호주인들의 식수 기준에 맞는 물로 변환된다.



마닐드라그룹이 제분공장 옆에서 운영하고 있는 폐수정화처리시설 관리자가 공장 폐수를 정화해 만든 식수 수준의 물을 보여주고 있다. 이 물은 다시 공장으로 들어가 각종 소재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집수조에서 박테리아를 통해 폐수가 정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따로 모아 생산 공정에서 사용되는 보일러의 연료로 활용한다. 1만t 폐수 중 최종적으로 정화된 7000t은 다시 공장 용수로 재활용되고, 영양분이 풍부한 잔여수 3000t은 폐수처리시설 바로 옆에 있는 1000ha(300만평) 목초지에 뿌려진다. 이 목초지에서는 600두의 소가 사육되고 있다. 이 소들은 또한 에탄올 생산 과정에서 남은 증류박으로 만든 펠릿 형태 사료를 먹는다. 한 마디로 마닐드라 공장은 제로-웨이스트에 기반한 순환농업을 실천하는 최첨단 기업이다.

딕 호난 마닐드라그룹 회장은 “공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제로로 만드는 것은 산업계의 숙제이자 필수 과제”라며 “마닐드라는 인류의 미래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밀알을 활용해서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완전한 0%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