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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만난 장소 하나하나에 옛이야기들이 서려 있다. 개암사로 가는 첫 마을은 봉은마을이다. 커다란 대나무밭에 봉황이 날아와서 알을 품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또 한편으로는 마을 이름이 큰점이라고도 하는데, 그릇을 굽는 가마와 점포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벚꽃길은 2000년에 이상영과 이상균 형제가 만들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 북해도에서 탈출했고, 사업에 성공해 1986년에 고향에 돌아와서 현금 3000만 원을 기증했다. 봉은마을에서 개암사까지 900여 그루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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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은 마을 개인이 사재를 털어 만든 벚꽃 길과 주류 성 표지


ⓒ 이병록




우리은행 모기지론개암사지에 의하면 개암사는 원래 변한의 왕궁터였다. 백제 무왕 35년(634), 묘란 왕사가 이 궁터에 절을 세우면서 궁전이 절터로 바뀌었다. 또 이곳은 백제 부흥 운동이 일어나 일본에 있던 부여풍이 세력을 모아 마지막 항쟁을 벌였던 장소다. 만약 이 주변이 주류성이었다면 한때 이곳은 치열하게 나라를 지키려고 했던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였고, 또 저축은행휴학생대출 다시 절터가 궁터로 바뀐 셈이다.


주류성의 후보지로는 여기 말고도 충남 서천군 한산면의 건지산성, 세종시 전의면 당산성, 전북 정읍시 두승산성, 충남 홍성군 학성산성, 충남 청양군 정산, 계봉산성 등이 꼽힌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우금산성 주변이 과거 바다였다는 점, 복신이 살았다는 커다란 동굴의 존 수신평잔 재, 또 조선 중기에 작성된 개암사 별기에 우금산성이 백제부흥운동의 거점이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는 점 때문에 학계에서는 부안 우금산성을 주류성으로 보고 있다. 우금은 울금, 위금, 우금(遇金), 우금(禹金), 우진 등 표기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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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암사와 우금바위 개암사에서 보는 우금 바위. ？우금 바위에 있는 원효굴이다.


ⓒ 이병록




민족정신이 끓어 넘치던 젊었을 때 읽었던 한 책에서 원효대사가 동굴에서 수행하고 비기를 남겼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게 남아 있다. 우금바위에 원효방이라는 이름의 동굴이 있다고 한다. 급경사를 7백 미터 올라갔더니 바위 밑에 동굴 두 개가 있었다. 하지만 우람하게 서 있을 줄 알았던 우금바위와 우금산성은 나무에 가리고, 통행이 금지되어 보이지 않았다.

세대를 넘어온 공동의 유산

내소사는 아주 이름난 절이다 보니까 인파가 넘친다. 몇 번째 왔지만, 천 년 된 당산나무인 느티나무 두 그루는 처음이다. 할아버지 나무는 절에 들어가기 전 일주문 앞에 있고, 할머니 나무는 절 내부 천왕문 앞에 있다. 아마 할머니는 안에서 불공을 드리고 할아버지는 밖에서 막걸리 한잔하고 계시는 모양이다. 이 절에서 당산제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 내소사 할아버지 당산과 할머니 당산


ⓒ 이병록




내소사의 원래 이름은 소래사였다. 백제 무왕 34년(633)에 세워진 후 세상에 다시 나타나 만난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었다. 조선 인조 11년(1633), 중건될 무렵 이름이 내소사로 바뀐 듯하다. 당나라 소정방이 와서 이름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개암사의 우금바위가 우금암이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나 소정방과 김유신이 만났다는 이야기, 소정방이 백제의 말을 낚았다는 이야기처럼 국가의 패망과 한을 풀려고 만든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반계마을 : 실학과 공동체의 희망

강진에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있다면, 부안에는 실학자 반계 유형원이 있다. 우동리 반계마을 뒷산 중턱에 그의 서당이 남아 있다. 서당이 산 중턱에 있다 보니 꼬마들이 오가기 쉽지 않았겠다. 나 역시 전화기를 두고 왔다가 다시 오가며 힘을 뺐다.










▲ 반계서원 반계정에서 바라보는 벌판, 우물이 3개 있는데, 반계정 앞의 우물이다.


ⓒ 이병록




찻길과 들판 하나를 사이 두고 당산나무인 팽나무가 서 있다. 줄다리기에 썼던 밧줄과 커다란 그네가 있지만, 이제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은 없다. 과거에는, 이 줄다리기로 공동체가 단결했겠지만, 인구 유출과 세대교체 앞에서 한적하게 변해 버린 이 장소는 또 다른 역사의 한 페이지처럼 느껴진다. 만약 이 공간에 군부대가 참여해서 민속놀이를 살리고 장병들의 협동심과 공동체 의식을 키우면 좋지 않겠냐는 생각마저 들었다.










▲ 우동리 당산나무 팽나무 옆에 줄다리기를 하던 줄이 세월을 견디며 녹슬고 있다. 옆에는 그네가 보인다.


ⓒ 이병록




고려의 아름다움을 만든 장인들의 숨결이 여기에도 있다. 고려청자가 생산된 주요 지역으로 강진 용운리, 사당리가 있다면, 부안에는 유천리가 있다. 상감청자는 부안이 강진보다 한 수 위였다는 평이 있다. 버스로 지나가는 길에 청자전시관이 있지만, 시간도 빠듯하여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덧붙이는 말, 내소사 대웅보전의 꽃 창살 사방연속무늬는 오색단청이 아니고 나무의 결과 빛깔 그대로를 살려낸 소지 단청이다. 유홍준씨는 이를 조선시대 아름다움의 최고봉으로 꼽았다. 대웅보전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생각했지만, 나오면서 깜빡 잊었다. 또 갈 기회가 된다면 사진과 함께 월명암에 꼭 올라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