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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처럼 판검사 돼서 뭔가 할 수 있는 세대 아니에요. 전관예우도 없고, 명예도 옛날 같지 않고요."

"사람이 노력한 시간이 있는데, 그걸 버리고 연봉 반토막 나는 공직으로 옮기기 쉽지 않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학부 차석 졸업에 동(同)대 로스쿨을 마친 전형적인 엘리트인 A씨는 과거 같았으면 '당연히' 환승론 판검사 등 법관이 됐을 이력이지만 오는 9월 국내 유명 대형 로펌(빅펌)에 입사를 앞두고 있다.
A씨는 "요즘 검사는 물론이고 판사도 별 메리트 없다. 요즘 성적 제일 좋은 친구들은 죄다 빅펌 가려고 한다"며 "판검사는 지방을 돌며 근무해야 하고 업무 강도에 비해 박봉이라는 인식이 있다. 빅펌은 초봉 월 1000만원 정도 주는데 판검사는 카드빚 실수령이 300만~40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누가 하려고 하겠냐"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검사가 된 친구에게서도 의외의 반응을 들었다며 "검사 임용에 성공한 친구가 오히려 나를 부러워하더라. 명예보다 실속을 챙기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SKY를 졸업하고 최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B씨는 "빅펌이 우리은행 전세자금대출 판 검보다 채용이 빠르다 보통 1~2학년 검사나 로클럭(재판연구원)은 3학년 여름방학쯤 확정이 되는데 당시 빅펌 합격연락을 받고 나서는 로클럭 생각이 아예 없어졌다"며 "원래는 공직에 뜻이 있어 판사 시험에 유리한 로클럭이나 검사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변호사 생활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올해 3월 김앤장·광장·태평양·율촌 간이사업자 등록 ·세종·화우 등 대형 로펌 6곳 입사자를 분석한 결과 신임 변호사 200명 중 157명(78.5%)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로스쿨 출신으로 나타났다. 서울대가 8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연세대 38명, 고려대 37명이었다. 이는 2023년 같은 기준의 76.3%보다 2.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공직 외면' 현실화…SKY 출신 판사 저축은행최고금리 , 9년 새 20%p 이상 감소



출처=(왼) 뉴스1 (오) 제보자 제공


한때 최고의 '엘리트 코스'로 불렸던 판·검사직이 이제는 법조계 최상위권 인재들 사이에서 비선호 현상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2014년 80% 이상 차지햇던 SKY 출신 신임 판사 비율은 2023년 60%대 까지 떨어졌다. 검사로 임용된 SKY 로스쿨 출신의 비중은 2014년 57.5%에서 작년 25.6%로 10년 새 31.9% 줄었다.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아 SKY 법조인의 공직 이탈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보상과 경력 구조의 변화다.
현행 제도에서는 판사 임용을 위해 최소 5년 이상의 실무 경력을 요구한다. 사법고시시절과 달리 현행 로스쿨 졸업 후 바로 법관이 되는 길은 사실상 막혔다.
A씨는 "30대 중후반이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시기인데, 이때 공직 가서 페이를 깎는 건 정말 어려울 것"이라며 "그냥 제 주변 성적 최상위권 친구 중에는 공직 자체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대놓고 싫다고 말하는 애들도 많았다. 잘살든 못살든 간에, 결국 요즘은 다들 빅펌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SKY 로스쿨에 재학 중인 C씨는 "우리 학교 기준으로는 빅펌,로클럭 순이고 검사는 가장 낮다. SKY 로스쿨 아래로는 빅펌 합격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지방 로스쿨을 중심으로 로클럭이나 검사 진로로 명예를 찾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거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 중상위권 로스쿨생 D씨는 "진로 선호도는 빅펌, 판검사, 그다음이 중형 로펌이나 사내 변호사다. 네임밸류 높은 학교일수록 빅펌 선호가 강하고, 지방 국립대가 판검사를 많이 지원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명예도 돈도 다 잡을 수 있는 건 결국 빅펌인데 학벌을 많이 본다. 그래서 빅펌이 어려운 학벌들은 차라리 공직을 택한다"고 말했다.
◇"연봉이 반토막 나다보니" 현직 판사들의 씁쓸한 고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SKY 법대·사법고시 출신의 현직 판사 E씨는 "최근 판사 임용 구조 자체가 로스쿨 경력직 기반으로 바뀌면서 인재 풀의 질이 떨어진건 사실"이라며 "우리 때는 사법연수원 성적순으로 판검사 됐으니 공부 잘하는 애들이 당연히 공직으로 갔다. 솔직히 말해 내부적으로도 '이제는 못 하는 애들이 판사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예전에는 판사 하면 다 잘하는 애들이 갔다"고 말했다.
E씨는 "후배 SKY 출신들이 법원에 거의 안 들어온다. 결국엔 합격선이 낮아지고, 법원의 인재 퀄리티가 전체적으로 떨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10년간 민간에서 실력을 쌓아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면 모르겠지만, 그걸 판사직 하나 때문에 버리기엔 너무 큰 리스크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사람이 노력한 시간이 있는데, 그걸 버리고 연봉 반토막 나는 공직으로 옮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다른 현직 판사 F씨도 "예전처럼 사법연수원 졸업하자마자 성적을 줄 세워 판검사가 되는 시대는 끝났고 법조계 내부에서도 지금 검찰은 조직 존망이 불투명한 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누가 가겠냐"며 "조직 분위기도 예전과 다르니까 전체적으로 공직으로 가는 사람이 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 구조로는 뛰어난 인재가 굳이 판사가 되려 하지 않는다"모든 조건이 자본 중심으로 바뀌었고, 사회적 명예도 예전만 못하다"며 "법원은 좀 더 경력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 로스쿨 이후로는 공직이 '선택받은 자'의 길이 아니라, 여러 옵션 중 하나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법고시 출신 변호사 G씨도 "예전에는 연수원 성적 100등 안에만 들면 다 판사 갔다. 지금도 지원자는 있긴 하지만, 예전처럼 뛰어난 인재들이 판사를 택하는 건 아니"라며 "사회 분위기가 너무 많이 바뀌었다. 명예보다 돈, 공익보다 커리어, 이게 지금 법조계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가는 사람은 가지만…공직 더 이상 '꿈의 직업' 아냐"
현직 판사들은 "이게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시대가 바뀌었다"며 정말 사명감 있거나, 개인 철학이 분명한 사람들이 아니면 이제 판사 안 하려고 한다"며 "주변 로스쿨 교수들도 요즘 '잘하는 애들이 공직을 잘 안 가서 안타깝다'고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는 사명감 하나로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와 보상 격차, 시대 분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과거엔 '명예와 권력'이 따라붙던 자리가, 이제는 '돈과 커리어'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 H씨는 "지금의 흐름을 단순히 개인의 이기심이나 가치관 변화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며 "공직 진출을 원하는 학생이 있어도, 최소 5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는 구조에서 이미 연봉, 직무 환경, 삶의 안정성을 고려하면 선택하기 어려운 조건이니 사명감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제도적으로 완충해줄 유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판·검사직의 사회적 의미와 책임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인재를 다시 공직으로 끌어들이려면 단지 연봉 문제가 아니라, 커리어 이동에 대한 유연성, 지역 순환 근무의 부담 완화, 공직 경험의 후속 커리어 보장 등 실질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