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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명은 모든 사람의 이익이 되도록 디지털 기술을 민주적으로 조정하는 것입니다.”

오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제4회 사람과디지털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오드리 탕(44·사진) 대만 사이버 대사는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AI)이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오픈 데이터와 투명성에 아파트대출이자소득공제 기반을 둔 ‘시민 기술’ 인프라와 시민의 협업정신이 디지털 참여 민주주의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며 “디지털 숙의는 갈등을 해소하고, 논쟁적인 사안을 건설적인 대화로 전환해 공공 정책의 정당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탕 대사는 20대에 이미 자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분야의 선구자로 떠올랐다. 30대 초에는 토지담보대출금리비교 대만 국민이 방대한 공공 데이터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포크’(개선) 하는 ‘거브 제로’(g0v) 사이트 개발을 시작으로, 실시간 토론 플랫폼 ‘폴리스’(Polis)와 대규모 온라인 시민의회 플랫폼 ‘브이타이완’(vTaiwan)을 잇달아 선보였다. 2014년 대만 민주화운동의 전환점으로 불리는 ‘해바라기운동’ 때는 학생과 시민들이 입법원을 점거하 스파크 중고차 가격 는 동안 그들의 요구와 토론 내용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2016년 디지털 장관에 취임한 뒤에는 공공디지털혁신공간(PDIS)을 출범시켜 다양한 사회집단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지원했다. 팬데믹 시기에는 전국 약국의 마스크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마스크 재고 지도’ 앱을 개발해, 대만이 봉쇄 없이 위기 통신사업자 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 한겨레는 탕 대사를 시작으로 제4회 사람과디지털포럼에 참석하는 주요 기조연설자를 소개할 계획이다.

―당신에게는 여러 다양하고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다. 한겨레 독자에게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나?

“대만의 첫 디지털 장관이고, 현재는 사이버 대사 차량담보 다. 나의 일은 사회가 (디지털) 기술의 격랑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내 직함은 해커에서 장관, 대사 등으로 변해왔지만 사명은 절대 변하지 않았다. (디지털) 기술을 민주적으로 조정해서,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2017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한국과의 인연은?

“첫 방문에서 두 나라가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반독재 민주화 투쟁뿐 아니라, 사회적 선을 위해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도 동일하다. 팬데믹 기간 중 한국 시민 해커들은 대만의 ‘마스크 재고 지도’ 앱에 영감을 주었다. 우리는 위기 상황에서 민주주의 국가들이 서로 어떻게 배울 수 있는지 경험했다. 두 나라 모두 디지털 가짜 정보, 사회 분열 문제와 싸우고 있다.”

―요즘 주된 관심사는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이 민주주의를 약화하지 않고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다. 구체적으로 세가지 작업을 하고 있다. 첫째는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을 기술 기업의 결정에 맡기지 않고, 일반 시민들이 주도하도록 돕는 ‘프로소셜 미디어’다. 둘째는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해 ‘폭넓은 경청’ 도구를 개발하는 일이다. 미국 켄터키주 소도시 워런의 실험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온라인 주민투표 플랫폼이 시의 정책에 관한 주민들의 합의를 끌어내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셋째는 지역공동체가 직접 운영하고 감시할 수 있는 소규모 ‘수평적 인공지능’ 모델이다. 왜 대형 기술 기업들만 인공지능의 힘을 독점해야 하나?”

―대만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참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이런 활동이 대만의 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2015년 생각이 다른 사람들 간에 실시간 토론을 가능케 하는 ‘폴리스’ 플랫폼을 도입해서, 우버 규제(승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 엑스의 운영을 금지) 같은 논쟁적 주제에 관해 대규모 공론화를 시작했다. 우리의 목표는 매우 다른 출발점을 가진 사람들 간에도 합의가 가능한 ‘공통 기반’을 찾는 것이었다. 대표성 있는 시민집단이 모여 숙의하고 해법을 함께 끌어냄으로써, 효과적인 정책을 만들고 광범위한 대중적 정당성과 지지도 얻게 됐다. 그 결과 대만 국민의 91%가 우리의 민주주의가 ‘상당히 좋다’고 답변했다.”

―2012년 ‘거브 제로’ 사이트를 구축해, 정부가 보유한 방대한 공공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검색하기 쉽게 만들었는데.

“‘거브 제로’는 ‘정부를 포크 하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방대한 공공 데이터를 단순히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 검색과 이해를 돕고, 시각화해서 시민들이 민주적 거버넌스에 좀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투명성은 참여 민주주의의 초석이다. 시민들은 공공 자원이 어떻게 배분되는지,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볼 수 있을 때 더 정확하게 질문하고, 책임을 요구하며,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고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오픈 데이터와 투명성에 의해 길러진 시민 기술 인프라와 시민 협업 정신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다.”

―대만이 코로나 팬데믹 때 개발한 ‘마스크 재고 지도’ 앱은 오픈 데이터와 투명성에 기반을 둔 협업 정신이 성과를 거둔 대표 사례로 꼽힌다.

“당시 개인별 마스크 구매 제한이 있었지만, 사재기를 막지 못했다. 처음 앱을 선보인 시민 해커 하워드 우를 포함한 여러 개발자의 자발적 참여, 시민 협조, 정부(건강보험공단)의 정보공개가 어우러져 전국 약국의 마스크 재고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앱을 만들었다. 마스크를 쉽게 찾게 되고, 혼란과 줄서기가 획기적으로 줄고, 공정한 분배가 가능해졌다. 이런 집단적 노력 덕분에 봉쇄 없이 위기를 극복하며, 경제가 3년간 12% 이상 성장했다. 정보에 밝고 참여적인 시민들이 공개 데이터를 쥐게 되었을 때, 더욱 회복력 있고 참여적인 민주주의를 구축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2014년 3월18일 대만 대학생들과 시민운동가들이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 비준에 반대하며 입법원을 점거하면서 해바라기운동이 시작됐다. 오드리 탕은 입법원 점거 상황, 학생들의 토론, 대만 정부의 대응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해서 해바라기운동이 성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타이베이/AP 뉴시스



―2014년 3월 국민당이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자, 이에 반대하는 대만 학생과 시민들이 입법원을 점거하는 ‘해바라기운동’이 벌어졌다. 이 운동이 대만 민주화의 전환점이 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단순히 반대 의사만 보여준 게 아니라 반대 이유를 명확히 밝혀서 민주적 절차가 살아 움직이는 현장으로 만들고자 했다. 입법원 안팎에 고속인터넷 접속과 실시간 속기 서비스를 구축해서 폭넓고 실질적인 공개 토론이 가능하게 했다. 결과는 혁신적이었다. 3주간에 걸쳐 대규모 공론화가 진행됐고, 거리에서 50만명 이상의 시민, 그보다 더 많은 시민이 온라인을 통해 논의에 참여했다. 이러한 ‘대규모 숙의’는 투명성이 해롭기는커녕 오히려 민주적 회복력을 강화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브이타이완’ 같은 시민 참여 플랫폼은 다양한 공공 정책 제안과 민주주의 발전을 끌어냈다.

“‘브이타이완’은 대규모 숙의를 위한 ‘폴리스’와 같은 도구를 활용한 온라인 시민의회 플랫폼이다. 대중의 다양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수집하고, 종합할 수 있게 한다. 우버 규제,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복잡한 이슈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핵심 원칙은 디지털 숙의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논쟁적인 사안을 건설적인 대화로 전환해 공공 정책의 정당성을 높이는 것이다. 차이잉원 정부의 디지털 장관 시절 설립한공공디지털혁신공간은 디지털 민주주의 거버넌스를 촉진하는 혁신 실험실로서 사회혁신가, 시민사회, 기업, 취약계층 등 다양한 사회집단을 연결해, 해결책을 함께 찾도록 지원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사회적 혁신의 세가지 원칙으로 투명성, 시민 참여, 대중의 협업을 강조하는데?

“투명성은 모든 회의록과 예산을 최대한 공개해서, 누구나 이를 검토하고 재구성해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 참여는 하나의 획일적인 진실을 강요하는 대신, ‘폴리스’와 같은 도구를 사용해 각 집단의 견해가 어디에서 일치하는지 보여줘 ‘거친 합의’를 가능하게 해준다. 협업을 위해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모두에게 공개한다. 이런 원칙들이 모이면 모든 정책 논의가 대규모 공동 창작이 되고, 그 과정에서 정당성이 확보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소셜 미디어가 초기에는 사회 내 소통과 참여를 촉진하고 집단지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요즘에는 사회적 갈등, 분열과 증오 확산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대만의 상황은 어떤가?

“세가지 안전장치가 마련될 때 디지털 기술이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 첫째는 신속성이다. 민간과 정부 채널에서 ‘골든타임’ 안에 신속하고 정확한 해명을 통해 루머가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공정성이다. 모든 주요 플랫폼이 가짜 계정에 대해 강력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광고에는 실명인증(KYC)을 의무화해야 한다. 셋째는 재미다. 유머를 담은 밈이 분노를 일으키는 콘텐츠를 압도한다.”

―가짜 뉴스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책은 허위 정보에 대한 통제가 아니라 정보의 철저한 투명성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은 라인이나 와츠앱에서 채팅봇처럼 작동하는 가짜 정보 확산방지 시스템(코팩트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효과는 어떤가?

“코팩트의 라인봇(시민 참여형 팩트체킹 챗봇)은 ‘타이완 팩트체크’ 등 신뢰할 수 있는 시민사회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집단면역’ 모델에서 최초의 대응자 역할을 한다. 누구나 의심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하고, 해명을 받을 수 있다. 모든 루머, 댓글 소스가 공개되고,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언론인, 연구자, 경쟁 챗봇들도 이 작업을 재사용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의 정책적 노력과 함께 플랫폼 대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업들은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플랫폼 대기업들은 단순히 댓글, 공유 등과 같은 사용자 참여를 최대화하는 노력을 넘어, 사회적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프로소셜 미디어’에서 우리는 다음의 세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어떤 커뮤니티가 콘텐츠에 공감하거나 분열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사회적 맥락을 제공한다. 둘째, 커뮤니티를 분열시키는 콘텐츠보다 공통점을 부각하는 콘텐츠에 더 높은 순위를 부여한다. 셋째, 폐쇄적이고 동질적인 커뮤니티가 아니라 다양성을 중시하는 커뮤니티를 지원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다. 기술 기업이 민주적 가치와 사회적 결속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면 모두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청년세대가 공공 영역에 더 많이 참여할 때 혁신의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에서는 일부 남성 청년층이 극우 성향을 보이는데 극우 유튜브의 영향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만은 어떤가?

“대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의 회복력은 그들에게 무엇을 할지 지시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권한을 부여하는 데서 나온다. 대만의 장관들은 35살 미만의 젊은 멘토를 두고, 조언을 듣는다. 우리는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대신 미디어 역량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극단적 콘텐츠가 분노를 유발하도록 설계된 방식과 이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배운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열쇳말>

• 시민 해커(Civic Hacker)

디지털 기술과 프로그래밍 능력을 사회 문제 해결이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사회운동가.

• 시민 기술(Civic Tech)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 서비스를 혁신하며, 시민 참여와 행정 투명성을 높이는 활동.

• 프로소셜 미디어(Prosocial Media)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거나 긍정적인 행동, 가치, 태도 등을 촉진하는 내용을 담은 소셜 미디어.

• 포크(fork)

정부의 서비스나 데이터를 가져와서 개방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협업하여 개선하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