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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영남권을 휩쓴 사상 최악의 산불 이후 한 모임이 만들어졌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왜 재난이 반복되는지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모인 ‘산불피해 회복과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시민모임(산불시민모임)’이다. 산불 피해지 현장 답사에 나서고, 산림정책 현안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산림정책 주무 부처인 산림청에 시민들이 직접 책임을 묻는 첫 행보다. 자금, 인력 등에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내친김에 민간 주도로 산불 피해지 조사까지 추진해볼 계획이다.


산불시민모임을 이끄는 이는 최진우(48) 서울환경연합 도시생태 신용보증기금 실사 전문위원이다. 과거에도 산림정책에 의문을 품은 이들은 있었지만, 이번 산불 이후 사람들의 반응은 확실히 달랐다. 소나무 단순림 위주 숲가꾸기 정책과 산불 진화 시스템, 임도 문제에 대해 ‘비전문가들’도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누적된 문제의식을 외면하다가는 ‘역사의 비판’을 받게 될 것 같아서 ‘산불이 꺼진 직후’ 모임을 제안했다. 현재 64개 단체 전세자금대출 1억 와 개인 200여 명이 산불시민모임에 함께하고 있다.


나무가 좋아서 조경학을 전공한 그는 박사학위를 받은 뒤 대학 강사와 연구원으로 평범하게 살았다. 그러다 자신이 살던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대장들녘에 공장이 들어서는 데 반대하면서 운동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대장들녘은 천연기념물 재두루미와 멸종위 복비 기종 금개구리가 사는 곳이었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재두루미 지킴이 후보’를 자처하며 무소속으로 부천시의원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5.61%를 얻고 낙선했지만, 이후 다시 나무와 만났다. 무분별한 가지치기와 벌목으로 훼손되는 가로수를 살리기 위해 가로수시민연대를 결성했다. 그 과정에서도 주택청약 종류 산림청과 맞닥뜨렸다. 가로수 관리의 주무 부처 역시 산림청이다. 2021년에는 30년 이상 된 나무 3억 그루를 베어내겠다는 정책에 맞서면서 또 한번 산림청과 악연을 맺었다. 산림청은 30년 이상 된 나무의 탄소흡수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지만, 정반대의 연구와 논문도 존재했다. 논란이 커지자 당시 산림청은 벌목 계획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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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펴낸 저서 〈숲이라는 세계〉에서 그는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처음 가본 지리산에서 대자연의 숲에 벅찬 감동을 느끼고, 자연을 지키는 전문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산불 투사’가 되어 피해 지역을 누빌 때도 그의 관심은 나무에 가 있다. “저 멀리 하얗게 반짝거리는 나무가 굴참나무예요. 굴참나무 이파리 뒷면이 하얘서 바람이 불면 마치 반짝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얼마 전 경북 의성에서 진행된 산불 피해지 현장 조사에서 그가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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