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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팔순 생신을 맞으셔서 시골 고향집에 다녀왔다. 어머니를 모시고 식구들은 함께 식사를 했다. 고향집의 뒷마당으로 돌아갔더니 텃밭에는 감자가 어느새 자라 감자꽃이 피어 있었다. 그 옆에는 노란 오이꽃도 막 피어 있었다.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텃밭을 가꾸시는지 텃밭에는 풀 한 포기 없었고, 거름을 잘 줘서 그런지 작물의 세력도 왕성해 보였다. 어느새 앞마당에 나온 어머니는 앵두 몇 알을 따서 내 손바닥에 가만히 올려놓으셨다. 내가 먼 산을 바라보고 있을 때에는 봉우리에 비가 묻어 있다고 하셨다. 비가 올 것 같다는 말씀이었다. 젊게만 보였고, 마치 손아귀 힘이 센 듯이 야무지게, 똑 부러지게 살아온 어머니께서 벌써 팔순이 되셨나 싶 은행의자금조달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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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 논에 비친 6월 산색에서 한 제대병의 공항 신고식에서 거듭 사무치는 어머니 큰 사랑 」



김지윤 기자


그러고 보면 내가 쓴 시편들 가운데는 내 어머니에 직장인의 하루 대한 시가 적지 않다. 졸시 ‘두터운 스웨터’에서는 “엄마의 스웨터는 얼마나 크고 두터운지 풀어도 풀어도 그 끝이 없네 엄마는 엄마가 입던 스웨터를 풀어 누나와 나의 옷을 여러날에 걸쳐 짜네 봄까지 엄마는 엄마의 가슴을 헐어 누나와 나의 따뜻한 가슴을 짜네”라고 썼고, 어머니께서 위중하셨을 때에는 졸시 ‘병실’을 통해 “그곳에서 나오세요/ 당신의 붉은 피 부당행위계산 를 뽑지 마세요/ 기침은 곧 멎을 거예요/ 안색은 햇살처럼 화사해질 거예요/ (…) / 그릇과 수저처럼 닳은 어머니/ 나의 밤에 초승달 같은 어머니”라고 노래했다.
그리고 최근에 새로 펴낸 시집에도 내 어머니에 대해 쓴 졸시 ‘이제 내 옷을 짓지 말아요’가 실려 있다. 그 시를 옮겨보면 이러하다. “어머니, 이제 내 옷을 짓지 말아요/ 현대캐피탈아파트론 풀잎과 금낭화 꽃을 목마(木馬)와 반달을 여름 하늘의 은빛 비행기를// 화려해요, 가을처럼 화려해요/ 어머니가 지은 옷은// 보아요, 많고 많은 옷을/ 이 옷의 햇살을/ 햇살의 멜로디를/ 내 언제 다 입을 수 있을까요// 이 옷에 봉우리와 강물과 바다를 담을 수 있어요/ 어머니, 이제 내 옷을 짓지 말아요”
고향집을 떠나 올 때에는 모를 동성홀딩스 심어 놓은, 평온한 듯 물이 괸 논을 보았다. 그리고 그 논물의 수면에 비친 유월의 산(山)과 푸른 산색(山色)을 보았다. 또 맑은 내를 보았다. 맑은 내처럼 내 마음에 흐르고 있는 어머니의 사랑을 보았다.
그런데 내가 간절하게 어머니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저께 나는 제주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가고 있었다.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 뒤로는 해병대 장병이 함께 있었다. 막 전역을 한 듯했다.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지하철로 갈아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었을 때에 공항에 갑작스럽게 소란이 일어났다. 한 해병대 장병이 누군가를 향해 거수경례를 한 후 우렁찬 목소리로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듣고 보니 전역을 신고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해병대 장병의 맞은편에는 어머니 한 분이 서 계셨다. 전역신고식을 하는 장병은 제주에서부터 나와 함께 비행기를 탔던 그 장병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너무 큰 음성이어서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장병은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몸 성히 어머니 곁으로 돌아왔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장병의 신고식을 들은 사람들은 박수를 쳐서 격려했다. 그러나 장병의 전역신고식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장병은 이어서 군가를 불렀다. 어머니를 바라보며 군가를 부른 후에는 돌아서서 전투모를 벗어 바닥에 내려놓고, 다시 어머니를 향해 큰절을 올렸다. 어머니는 울고 계셨고, 큰절을 올린 후 다가오는 아들을 꼭 껴안았다. 사람들이 또 박수를 보냈다. 어머니와 아들의 아주 감동적인 만남이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자니 상희구 시인이 쓴 시가 떠올랐다. ‘수선화 편지 21-어머니에게 드리는 마지막 편지’라는 제목의 시였다. 시인에 따르면, 시인은 우연한 기회에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그린 글을 만나게 되었고, 그중에서 ‘어머니에게 드리는 마지막 편지’라는 편지글을 읽고선 가슴이 저며서 그 내용을 실었다고 했다. 시에 이런 내용이 있다. 1914년 10월 14일 북프랑스에서 쓴 글인 듯했다. “저는 마음이 거칠어지는 것을 대단히 두려워합니다. (중략) 저는 탄알이 그렇게 두렵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마음속의 외로움입니다. 인간에 대한, 자신에 대한, 인간의 온갖 선에 대한 신뢰감을 잃어버리는 것을 저는 두려워합니다.” 막 전역을 하고서 사랑하는 어머니 앞에 전역신고식을 치른 해병대 장병의 마음이 이 시에서의 화자의 마음과 유사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테다. 하지만 이 시의 화자가 느꼈던 두려움과 외로움이 없었을 리 없고, 또 무엇보다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거듭해서 생각해보아도 어머니의 사랑은 크고 크다.
문태준 시인